의사 공익 썰
by 돼지토끼 | 20.06.11 06:49 | 2,559 hit
현역으로 입대하신분들의 썰이 많이 올라오는데 저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해제를 한지라 

조금은 색다른(?) 썰이 될수도 있겠단 생각에 글 한번 남겨봅니다.(현역분들 존경합니다)


-------------------- 썰 시작 ---------------------


때는 20XX년 (특수한 환경에서 훈련소를 입소했기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가리겠습니다.)

3개월간 여행을 다녀와 여행지에서의 행복이 식지 않은 제게 부모님께서 신검 통지서를 쥐여주셨습니다.

"그래! 남자라면 군대에 가는게 당연하지" 라는 생각에 후딱 신검받고 다녀오자란 생각에 병무청에 갔고

신검을 받는 도중 신장과 체중을 재는곳에서 저는 의도치 않은 4급 보충역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이라는 타이틀을 받곤

그 다음해에 논산훈련소에 입소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입소하는 날짜가 마침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 입소날짜와 겹치는 날이였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가 속해있는 분대의 다음분대부터 공중보건의로 꽉꽉 채워진 아픈자와 고치는자가 함께 모여있는 창과방패의 소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입소후 2일차쯤 접어들자 같은 분대원들끼리 통성명도 하며 친해진 분대원이 생기게 되었고 

3일차부터는 다른분대 탐방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 저기...


타분대원들: ?


나: 여기 혹시... 정형외과 선생님 계시나요?



몇몇분들이 손을 들더군요. 

저는 손을 든 쓰앵님들중 제일 연차가 높아 보이시는(연배가 있어보이시는) 분께 가서

제 증상을 설명했고 쓰앵님께선 잠깐 당황해 하셨지만 이내 프로의 마인드로 저를 진찰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쓰앵님: 이렇게... 하면 아프신가요?

  

나: 아아! 네... 조금... 아파요


쓰앵님: (세상온화한 미소를 머금곤) 살짝 무리해서 근육통이 온거 같으니까 파스붙히면 괜찮아 질꺼에요 허허 



그러면서 자신의 가방에서 파스를 몇장 꺼내 챙겨주시더라구요.

저는 "아... 이분이 진정 히포크라테스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저의 분대의 아픈 전우들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곤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곤 신상파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X분대 총원8명


정형외과 2명

내과 1명

응급의학과 1명

한의학과 2명

치과 2명


이건 마치... 도보 30초거리의 종합병원이 따로없었습니다! 유레카!



그리곤 당장 저의 분대로 돌아가 이사실을 알렸고 타분대(공익)에겐 절대 이 사실을 노출시켜선 안된다는 

함구령과 함께 교관의 눈치를 살피며 저의 아픈전우들과 함께 X분대 종합병원으로 외래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외래환자가 늘어나면 대기시간이 길어져 함구시켰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이 종합병원의 규모는 훨씬 더 컸었습니다!! 

아니 이건... 이건 마치... 대학병원급이였습니다.


선생님들 가방에서 나오는 각종 진찰도구와 상비약, 한의사쓰앵님가방에서 나오는 침과 부항기구, 우황XX원, 등등

한의사선생님께서 라이터를 뺏았겨서 뜸을 못해준다며 아쉬워하셨지만 저희에겐 충분했습니다.

번외로 타분대에 계신 비뇨기과, 성형외과, 피부과선생님과 동기이신분이 저희 X분대 종합병원에 계셔서 

저희가 가지고 있던 고충들을 시원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번외로 훈련소 과정중에 CPR 교육과정이 있었는데 교관도 숙련도 스탯 100찍은 의사쓰앵님들 앞에서 

시범보이기가 민망했는지 


여기 "응급의학과 거수!"


란 말과 동시에 현 짬찌 전 응급실 레지던트였던 쓰앵님 한분이 벌떡 일어나 CPR 시범을 보이는데

돌아가신 허준 쓰앵님이 오셔서 박수치고 가실정도의 실력으로 더미 모형의 가슴압박을 하며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개멋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도병원 저리가라급의 종합병원을 코앞에 두고 훈련소 생활을 하는중 3주차였나 4주차가 되었습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훈련소에 가는 경우 현역과 조금 다르게 훈련을 받는데 현역일 경우 5주차, 저희 공익들은 

4주차 훈련까지만 받고 자대가 없어서 그런지 맛보기 유격을 훈련소에서 합니다.


사건은 여기서 터졌습니다.


유격을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몸은 무거워지고 다리엔 알이베기며 씨X씨X 소리가 입밖으로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정신이 혼미해지는 찰나에 옆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뭐지...? 란 생각에 옆을 보니 저희 분대원중 1명이 쓰러져 있는겁니다.

참고로 공익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방탄헬멧에 본인의 병명을 십자가위에 적어놓습니다.

[출처] 훈련소에서 공익이 왜 공익인지 알게된 썰 (개복어 팬 다 모여라 : 트위치 유튜브 개복어 팬카페) |작성자 스끄류바

이런식으로 적어놓습니다.


쓰러진 저희 분대원의 머리위 방탄에는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당뇨



그렇습니다. 이친구는 당뇨로 공익을 온 친구였는데 평소에는 잘 웃고 까불거리던 놈이라 심각하진 않을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혈당이 500 이상 올라가는 슈가마스터 친구였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다이어트 한다고 밥도 조금먹고 약도 까먹고 못먹었다 그러길래 "으휴 공익새끼 가지가지한다" 라고 

넘겼는데 무리한 운동을 해서 그런지 저혈당 쇼크가 온거더라구요.

픽 쓰러져서 누워있는데 몇초가 흘렀을까...?


어디선가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보니 응급의학과, 내과, 한의학과 선생님들이였습니다. (개멋있었습니다)

응급의학과 선생님께선 분대원의 동공확인 후 허리벨트를 풀고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고 

내과 선생님은 교관에게 사탕가져오라며 소리치고 있었고


한의사 선생님은 진맥을 하고 계셨습니다.


교관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는 커피타먹을때 쓰는 설탕스틱를 가져와 그친구 입에 털어넣더라구요.

그리고 몇분뒤 분대원친구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서 보는데 진짜 왜 의느님거리는줄 알겠더라구요)

정말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친구가 만약 공보의 쓰앵님들과 훈련을 받는 상황이 아니였다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전까지 공익이라고 하면 그냥 조금 아픈정도겠지 생각했었는데

그날 이후로 왜 공익이 공익인지 알게된 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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