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쌍과 원피스의 환상적인 만남. 원피스 해적무쌍
by ♣서로해♣ | 12.04.09 07:41 | 4,524 hit

저 옛날 플레이스테이션용 3D격투게임으로 삼국무쌍이 등장한 이후 무쌍이란 단어가 들어간 게임은 한동안 코에이(현 코에이테크모)에서 삼국지 혹은 일본 전국시대를 소재로 제작한 게임이 전부였다. 그러던 무쌍 브랜드가 삼국지와 일본 전국시대 섞어서 무쌍 오로치 시리즈를 선보이더니 우주에서 놀던 이족보행병기와 만나 건담무쌍 시리즈를 내놓고, 세기말 수라장에서 싸우던 구세주와 계약하여 북두무쌍을 만들고는 지중해에서 전쟁 벌이던 영웅들을 포섭해 트로이무쌍을 발표했다. 이렇게 역사 게임에서 시작한 무쌍 브랜드는 어느덧 무쌍 시리즈란 거대한 세력을 만들었고 점점 바깥 세계로 뻗어나면서 게이머들은 다음 무쌍이 무엇인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코에이테크모는 다음 무쌍 시리즈로 해적을 소재로 한 일본의 인기 모험활극만화 원피스를 지목했다. 원피스 해적무쌍(이하 해적무쌍)의 탄생이었다.


지 금까지 무쌍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들이 전부 전투가 중심이었던 것처럼 원피스 역시 자기만의 능력을 가지고 싸움을 벌이는 만화다. 일대일이든 일대 다수든 전투의 비중이 높아 일찍이 무쌍 시리즈와 궁합이 맞단 평가가 많았어도 역시 예상과 실현은 천지차이. 해적무쌍의 발표 후 게임이 발매하기 전부터 만화 팬들의 관심과 게이머들의 기대는 폭풍 그 자체였으며 발매 이후 쏟아지는 게임 소감과 판매량 역시 지금껏 어느 무쌍 시리즈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해적무쌍 발매 전에도 원피스란 인기절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 유독 높은 관심과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이 게임이 해적무쌍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해적왕의 위엄이다


게임에 관심을 가지면 이따금 보이는 장르가 바로 다른 매체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제작한 캐릭터 게임이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게임 본연의 재미에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어 승승장구했어야 할 장르이지만, 실상은 소수의 캐릭터 게임만 살아남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의 인기 요소나 특징, 재미를 게임에서 제대로 못 살리거나 여기에만 매달린 나머지 게임 본연의 재미와 질이 떨어져서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원작의 장점들을 잘 살리는 동시에 게임으로서의 본분을 지키기만 한다면 다른 장르 부러울 게 없단 이야기. 해적무쌍은 이걸 해냈다.

상 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긴 힘든 그래픽이나 흠이 보이는 사운드는(어디까지나 수작 이상의 게임들에 비해서. 게임 전체나 기존 원피스 게임들과 비교하면 매우 훌륭하다) 해적무쌍의 재미 앞에선 사소한 이야기다. 이미 수 년 동안 재미를 검증 받은 무쌍 시스템에 고스란히 적응한 원피스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면 원피스야말로 진즉 무쌍 시리즈로 게임을 만들어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 원작의 중요 에피소드를 체험하는 메인 로그와 조작 캐릭터와 스테이지 선택이 자유로운 어나더 로그는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스토리 모드와 프리 모드처럼 원작 재현을 바라는 게이머와 무쌍을 바라는 게이머의 바람을 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상호보완 작용을 한다. 전투의 경우 두 버튼의 간단한 조합만으로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나는 동시에 화려하고 박력 넘치는 전투가 펼쳐져 다른 무쌍 시리즈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재미를 보장한다. 여기에 해적무쌍에 오면서 원작의 내용들이 게임에 맞게 각색, 변화가 이루어졌기에 원작과 게임 그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점이 해적무쌍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다수의 캐릭터 게임들이 한 방향으로 치우쳐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곤 한다). 원작 팬과 게이머를 둘 다 만족시키는 그야말로 완벽한 캐릭터 게임인 것이다.



시 스템 측면에서도 원피스의 독자층인 아동들이 이해하기 쉬운 담백하면서도 명확한 구조와 게임을 깊게 파고 들어가려하는 마니아들이 좋아할 연구 거리들을 전부 담아 해적무쌍을 즐길 게이머 대상을 폭넓게 수용하였다. 그것도 단순히 게임 자체의 시스템에서 끝나지 않고 현상금, 캐릭터 코인 등 원작의 요소들과 어울리도록 개량을 했기 때문에 비슷한 시스템을 경험한 게이머 역시 해적무쌍에선 원피스란 원작을 만난 시스템에 새로 맛들일 수 있다. 원피스란 원작 만화의 이해도와 지금껏 쌓아온 무쌍 시리즈의 노하우가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해적왕도 못 피해가는 그림자


무쌍 시리즈는 게이머가 전장의 주인으로서 마음껏 활보하는 재미가 게임의 핵심이다. 물론 표면적으론 어느 무쌍 시리즈나 정해진 게임 진행 순서가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려는 플레이엔 제약과 대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의 본질을 간섭하지 않는 정도에 한해서 이루어진 게임의 규칙 중 하나일 뿐이지 무쌍 시리즈의 중심이 되어버리면 게임의 기둥 자체가 흔들린다. 단언컨대 다른 장르의 게임이면 몰라도 무쌍 시리즈에서만큼은 제한, 순서, 규칙들이 어울리지 않는다. 문제는 해적무쌍의 내용 상당수가 게이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진 삼국무쌍 엠파이어스 시리즈처럼 스테이지 안에 등장하는 영토를 탈취하면서 전장을 지배하는 무쌍 스테이지나 강적과 싸우는 보스 스테이지는 괜찮다. 여기까지는 무쌍이라는 간판이 어색하지 않다. 문제는 어드벤처 요소가 강한 액션 스테이지다. 어드벤처 요소가 강하다는 건 게임 안에서 요구하는 정답을 찾아야 하고 이것 없이는 다음 진행이 불가능하단 이야기. 결코 원피스와도 무쌍 시리즈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다. 게이머들이 원피스와 해적무쌍에 바라는 건 노력 우정 승리요, 전투와 액션과 임팩트지 탐색을 반복하는 미로 찾기와 어설프게 꼬아 놓은 퍼즐이 아니다. 마음껏 스테이지를 활보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즐기는 게임에서 옥쇄를 채우려하니 어느 게이머가 좋아할까. 더욱이 액션 스테이지 진행 상당수가 실시간 이벤트(Quick Time Event. 이하 QTE)인 잡기 액션에 의지하는데 이 잡기 액션이 한 번 입력에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야하는 엄격한 판정을 자랑하고, 이것이 단일 스테이지로 가장 볼륨이 큰 액션 스테이지의 특징과 만나면서 게이머에게 스트레스를 선사한다. 아주 꾸준히. 여기에 시달리면 잡기 액션 비중이 매우 적은 보스 스테이지나 무쌍 스테이지에서조차 잡기 액션만 나오면 진저리치는 지경에 이른다.



부 조화의 극치이자 얼토당토않은 잡기 액션 및 어드벤처 파트가 너무 적나라한 단점이라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모든 스테이지에서 나타나는 캐릭터 미션과 지시 역시 게이머의 자유로운 전투를 방해한다. 과반 이상의 캐릭터 미션과 지시는 일반적인 게임 진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그만큼 적지는 않은 캐릭터 미션과 지시들이 스테이지 구조와 따로 논다. 영토 탈취가 중심이 되어야 할 무쌍 스테이지에서 특정 적만 노리다가 끝나버리거나 보스전에서 전투의 응용보다 기믹과 QTE에 의존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말하긴 매우 곤란하다. 그렇다고 게이머의 자유 플레이를 위해 무시하자니 캐릭터 미션과 지시를 어기는 페널티가 여타 무쌍 시리즈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가뜩이나 게이머의 발목 잡는 요소가 많은 지금의 해적무쌍에서 고생을 사서 할 게이머는 몇 없을 것이다.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면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저버려야 할 때가 많다.

나는 해적왕이 될 테다! 무쌍왕도 될 테다!


아무리 장점이 뛰어나다한들 단점이 극단적이면 게임의 재미가 빛을 보기 힘들다. 앞서 설명한 지나친 게이머 통제와 일부러 적당히 게임을 제작한 것 같은 볼륨 및 퀄리티의 경우 여타 게임에선 치명적인 문제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문제다. 이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 해적무쌍만의 재미와 모범적인 원피스 게임을 보여줬기에 해적무쌍이 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후속 타이틀이 나온 무쌍 시리즈의 경우 전작의 단점을 결코 방치하지 않았단 점, 그리고 역대 무쌍 시리즈들 중 가장 성공적인 시작을 선보인 해적무쌍의 행보를 보아 지금의 실망이 희망적인 미래로 바뀌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이지 않는다.


글 / 김원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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