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프리카 복병' 알제리에 2-4로 완패하며 16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고 공중을 지배한 김신욱의 존재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겼다. 한국 대표팀이 23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4골이나 허용하고 2-4로 완패했다. 1무 1패를 기록한 한국은 3차전 벨기에전에서 반드시 대승을 해야만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무기력한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자멸했다. 전반 45분 동안 한국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무려 12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3골만 허용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최악의 전반전이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도 드러냈다. 선봉에 '막내'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후반 5분 각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매특허와 같은 강력하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추격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동점골 이외에도 무려 9차례나 드리블 돌파를 성공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는 이번 대회 최다다. 말 그대로 모든 공격은 손흥민을 통했다.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추격의 고삐를 당긴 한국은 후반 17분 야신 브라히미에게 또다시 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점수는 3골 차로 벌어졌고 손흥민 혼자서 해내기에는 벅찼다.
이때 등장한 게 김신욱이었다. 박주영과 교체 투입된 김신욱은 공중을 지배하며 한국 공격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비록 직접 득점하는 데 실패했지만 크로스를 이용한 한국 공격의 '황금 머리'였다.
한국의 두 번째 골도 김신욱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 공중볼 싸움에서 이겨낸 김신욱의 패스가 손흥민을 거쳐 이근호에게 연결됐고 이근호의 크로스를 받은 구자철이 득점했다. 더 이상 만회골이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의 공격은 계속해서 김신욱의 머리를 거쳤고 위협적인 장면을 계속해서 연출했다. 알제리 수비는 김신욱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알제리전은 끝났지만 김신욱의 활약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은 아직 16강 탈락이 확정되지 않았다. 희박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는 벨기에전 승리가 뒤따라야 하고 '공중의 지배자' 김신욱의 등장은 어둠 속의 빛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