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국은 2-4로 패했으나 손흥민은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2강 조별 리그 2번째 경기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맹활약을 펼치며 한줄기 희망으로 남았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무려 9회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하며 이번 월드컵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이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2-4로 패하며 월드컵 16강 진출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전반전에 한국은 말 그대로 졸전을 펼치며 전반에만 3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한국은 26분경 이슬람 슬리마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 이어 다시 2분 뒤에 코너킥 장면에서 라피크 할리셰에게 헤딩골을 허용하며 급격히 무너졌다. 38분경엔 압델무메네 자부에게 추가 골을 헌납하며 악몽과도 같은 전반을 보내야 했다.

더 심각했던 건 경기 내용에 있었다. 전반 내내 단 하나의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알제리는 전반에만 12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그 중 6개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전반만 놓고 보면 악몽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후반, 손흥민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손흥민은 50분경 각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매 특허와도 같은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경기장 분위기를 일거에 바꾸었다.
 
비록 62분경 야신 브라히미에게 또 다시 실점을 허용했으나 72분경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키핑하던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려던 게 이근호에게 연결됐고, 이근호의 크로스를 구자철이 밀어넣으며 2골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비단 골이 전부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무려 드리블 돌파 9회를 기록하며 이번 월드컵 대회 통틀어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를 기록하는 선수로 등극했다. 기존 한 경기 최다 드리블 돌파는 보스니아전에서 나이지리아 공격수 에메니케가 기록한 8회였다. 그 뒤를 리오넬 메시가 뒤따르고 있다(이란전 7회).

더 놀라운 점은 바로 손흥민의 드리블 돌파 9회 중 8회가 상대 진영에서 기록한 것이라는 데에 있다. 즉, 밀집 공간을 파고 들면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 역할을 100% 이상 수행한 손흥민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렇듯 막내 손흥민이 절정에 오른 컨디션을 자랑하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자 선배들은 프리킥과 코너킥마저 손흥민에게 맡기며 손흥민에게 철저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정도로 후반전에 손흥민이 보여준 활약상은 군계일학 그 자체였다.

당연히 손흥민은 팀이 2-4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통계 전문 사이트 'Whoscored' 평점에서 8.78점을 얻으며 양팀 모두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비록 한국은 알제리에 패하며 16강 진출 도전에 있어 비상이 걸렸으나 팀내에서 가장 어린 손흥민의 활약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이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다득점 승리를 거두고, 러시아가 알제리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남아있다. 바로 그 발판을 마련한 이가 손흥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