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의협이 정부와 협상한 이유
by 돼지토끼 | 20.09.06 10:13 | 5,233 hit

정치 좀 아는 애들은 이미 상당수가 눈치깠을 이야기지만
나는 사실 정치쪽 그렇게 빠삭하진 않다 하는 애들 있으면 한 번 읽어봐.


핵심을 먼저 말하자면, 최대집과 의협 수뇌부가 급하게 합의문 서명한건 다른게 아냐.
지금 의사들 본진이 털리게 생겼으니까 그런거지.
정부랑 민주당이 지금 의사들 상대로 성동격서를 한거라고.


정치를 볼 때는 전면에 드러나 있는 이슈만 보면 안 돼. 
진짜 중요한건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거든.
포인트만 짚어주자면 이래.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정원 확대 정책 자체는 훨씬 전부터 논의 및 추진되고 있던거지만
의사들이 협상 자체를 번번히 걷어차다가 지지부진해왔지.
정부가 더는 기다릴 수 없다 하면서 강행 의사 내비친게 5월경이야


자.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6월 22일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법안을 하나 발의해.
의료법 일부 개정안인데, 내용이 뭐냐면 
살인,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실형의 경우 5년, 집유의 경우 3년간 면허 재취득을 막으며,
무엇보다 이런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의사의 범죄 사실을 공표할 수 있게 만드는 법임.
지금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의사 면허 박탈하는 법 만들라고 막 하고 있지?
실제로는 6월에 이미 제출되어서 법사위 올라갔어.


8월에는 경찰 쪽에서 중외제약 리베이트건이 터지지.
연루된 대학병원 의사가 최대 700명까지도 간다는 대형 건수야.


며칠 전인 9월 2일에는 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어.
지금은 약사들이 의사의 처방전에 명시된 약이 없을 경우 동일성분의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를 하려면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개정안에 의하면 약사들이 임의로 동일성분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고 사후에 심평원에만 보고하면 돼.




지금 의사들 파업하니 뭐니하면서 의사들과 온 국민의 시선이 거기 쏠려 있는 사이에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리베이트 수사-약사 대체조제 허가가 연타로 진행되고 있는거지.
저거 하나하나가 다 수년 전부터 문제시 되고 해결해야된다 했는데 의사들이 드러누워서 막아온 것들이야.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게이들이라면 국회의원들이 법안 하나 만들어 제출하는데
길면 몇 년에서 짧아도 몇 달은 준비하고 올리는걸 알거야.
뭔 소리냐고? 의료법 개정안이나 약사법 개정안이나 다 최소 몇 달 전부터 준비된거라는 이야기지.
중외제약 리베이트건도 그래. 
경찰에서 압수수색 들어갈 정도면 최소 몇 달 전부터 수사를 해왔단 이야기거든.


뭔 소리냐면 국민들 여론이 의사한테 안 좋게 돌아가니 이때다하고 급하게 추진한게 아니라는 이야기임.
의사들 파업한다하니까 의사들 좀 압박해보려고 급하게 허둥지둥하는 그런게 아니라고.
최소 몇 달 전부터 다 준비되어 있던 플랜인거지.




이제 눈치있는 게이들은 알겠지.


공공의대? 의대 정원 확대?
뭐 그것도 정부나 민주당 입장에선 정책 추진할 수 있으면 좋긴 하겠지.
근데 이미 난항에 부딫힐거 알고 플랜B 준비해 둔거야.
공공의대랑 의대 정원 확대는 그냥 미끼로 던지고 거기 모든 시선 쏠린 사이에 
물밑으로는 의사들이 누려온 특권의 팔다리 하나하나 자르는거지.


의사들은 그냥 공공의대랑 의사 정원에만 정신팔려서 성동격서로 본진 다 털리고 있는거야.


처음에는 강경하게 너죽고 나죽자로 달려들던 최대집이 8월쯤부터 갑자기 협상하겠답시고 뛰어다녔지?
그 강성에 극우파, 문재앙 정권 공산주의 빨갱이라며 달려들던 최대집이 갑자기 온건파가 된걸까?


아니야.
최대집이 웃겨보여도 나름 다른 의사들 진료하고 수술할 때 정치질만 한 사람이라고.
이러니저러니해도 의사 중에서 정치 쪽으로는 가장 빠삭한 축에 속해.
그래서 최대집은 눈치를 깐거야. 
이거 공공의대랑 의대정원은 미끼고 그 사이에 본진 터는게 목적이라는거.
본진 털리는거 막으려면 그 때 의사들이 양보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잡았어야했거든.
이 문제 어차피 정부가 전면 철회할 리는 없고, 그냥 코로나 이후 재논의로 보류시키는 결과로 갈건 뻔하고,
어차피 그렇게 될거라면 의사들이 먼저 코로나 시국이니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가 양보하겠다로 스탠스 잡아야
추후에 다른 문제로 치고 들어올 때 우리가 한 번 양보하지 않았느냐 명분으로 막을 수 있으니까.


근데 저 정치는 쥐뿔도 모르고 혈기만 앞서는 대전협 애들 때문에 다 그르친겨.
그러니 최대집은 이미 그르친거 알아서 나라도 살아야겠다라고 탈출각 잡은거고.




이제 6월에 발의됐던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 법안이 법사위 올라갈거고, 아마 통과될거고,
리베이트건으로 경찰이 대학병원 계속 조질거고
얼마 전 발의된 약사 대체조제 법안도 법사위 올라갈거고, 아마 통과될거야.
심지어 이번에 전공의들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하겠다는 조항이 합의안에 들어갔지?
응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전공의들 근무실태 파악하겠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대형병원들 실사 들어갈거야.
수술실 CCTV 설치나 의사들에게 각종 특혜 주던 의료법 개정안 같은 것들도 그 중 최소 몇 개는 입법 발의될거고.




정치인들이 존내 병1신으로 보이지?
뭐 실제로 병1신인 정치인들도 있긴 하지만 
3선 4선씩 되는 중진의원들은 앵간한 일반인은 손바닥 위에 가지고 노는 인간들이야.


공공의대랑 의사정원 문제만 크게 불거지니까 거기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진짜 그림이 안 보여.


진짜 그림은 뭐냐면
민주당은 공공의대랑 의사정원 떡밥 던져놓고
의사들이 그거 물고 뜯는 사이에 의사들이 누려오던 뒤 구린 온갖 특혜들에 손대고 있어.
그나마 노련한 최대집이 눈치채고 출구전략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하다 눈치도 없는 대전협에 발목잡힌거고.


공공의대나 의사정원 문제는 결국 의사들이 원하는대로 마무리될 수도 있어.
근데 의사들이 피투성이로 정책 하나 막았다고 기뻐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의사들이 죽을동 살동 막아왔던 수많은 다른 정책들이 그 사이에 처리되어 있는걸 보게 될거야.
왜, 강력범죄자 의사 면허 박탈이나 약사 대체조제도 반대하면서 드러누워보지?
이제 의협이랑 대전협 내부분쟁 일어나서 지도력도 단결력도 상실했는데 한 번 열심히 해 보셔.
추천 3
비추 1

댓글 1

KAranpo 2020.09.06 14:57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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