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도사로 변한 요괴들의 논쟁
by 뚜시기2 | 19.02.12 06:40 | 605 hit

인도에서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후한(後漢 서기 25~220년) 말기입니다. 하지만 불교는 처음부터 중국의 전통 신앙인 도교(道敎)와 치열하게 부딪쳤고, 그 다툼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5호 16국과 당나라 시대에도 도교를 지원하는 황실에서 불교를 탄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중국 북송 시대에 편찬된 책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불교 승려와 도교 도사가 벌인 논쟁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의 중국 허난성(하남성河南省)의 왕옥산(王屋山)에 늙은 승려가 살았습니다. 승려는 띠풀을 엮어 만든 암자(승려들이 들어가 수행하려고 만든 작은 집)에 혼자 살았는데, 어느 날 낡은 옷을 입은 도사 한 명이 암자를 찾아와서 “하룻밤만 재워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승려는 평소부터 성격이 매우 편협한데다, 도사 같은 도교를 믿는 사람들을 무척 싫어해서 “여기에는 당신을 재워줄 곳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보시오!”라고 거절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도사는 “불교와 도교는 서로 깨달음을 찾는 집단인데, 왜 스님께서는 저를 내쫓으려 하십니까?”라고 항의하였습니다.


도사의 말에 승려는 “과연 도교의 가르침 중에서 불교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하오?”라면서 도교를 철저히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자기가 믿는 종교를 업신여기는 승려에 대해 도사도 화가 났는지, 태도를 바꾸어서 도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고로 도(道)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있었고, 이 도가 하늘과 사람을 포함한 세상 모든 존재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따라서 이 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섬겨 온 것인데, 스님께서는 도를 모르시다니 사람도 아니십니까?”


도사의 공격에 승려도 화가 나서 자신이 배운 불교의 교리로 반박을 했습니다.


“이보시오. 당신네 도사들이 말하는 그 도가 있기 전에도 우리 불교의 시조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미 홀로 계셨소. 부처님은 원래 한 나라의 왕자이셨는데, 왕위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깨달음을 얻으시고 모든 세상을 통틀어 단 하나의 진리인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부처가 태어나면서 한 말로 하늘 아래와 하늘 밑에 오직 부처 자신만이 홀로 있다는 뜻)을 깨달으셨소. 그런 후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마귀와 다른 종교들을 굴복시키시고 불교를 여신 거요.”


그런 후에 승려는 도교의 창시자인 노자를 석가모니와 비교하면서 비난했습니다.


“당신네 도사들이 믿는 그 도교를 만든 노자(老子)는 도대체 누구의 아들이었소? 또, 그 노자가 어디서 어떻게 수행을 했는지 내 들어본 적이 없소. 또, 백성들한테 그 도교의 가르침이 도대체 얼마나 도움을 주었소? 그런 도교 따위가 어찌 감히 우리 불교와 비교나 될 수나 있겠소?”


그 말에 도사는 얼굴이 붉어져서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반박했습니다.


“우리 도교의 시조이신 노자, 즉 태상노군(太上老君)께서는 원래 하늘에서 태어나셨고 땅으로 오실 때 자주색 구름을 밟은 하얀 사슴을 타셨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모를 수가 있습니까? 또, 도교에서 말하는 봉래(蓬萊)와 방장(方丈)과 영주(瀛州) 같이 신선들이 사는 세 개의 섬이나 그 밖에 신선들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도 그 영험함에 대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하찮은 생각으로 태상노군을 멸시하십니까? 그리고 불교의 창시자인 부처는 자기 부모를 버리고 도망친 사람인데, 입에 담을 가치나 있습니까? 애초에 이 세상은 불교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불교와 승려들이 다 없어져도 세상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습니다.”


그러자 승려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도사를 향해 “너희 같은 사람들도 있어야 하겠지. 너희 같은 사람들이 없어진다면 지옥은 비어버리게 될 테니 말이다.”라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그 말은 도교를 믿는 도사들은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는 저주였습니다.


이렇게 승려와 도사가 서로의 종교를 모욕하면서 격렬한 말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나무꾼 한 명이 이 광경을 보고는 화가 나서 달려와 호통을 쳤습니다.


“너희들은 부모를 모시지도 않고, 땀을 흘려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먹기만 하는 좀벌레들이다. 그러면서 서로가 잘났다고 하찮은 싸움이나 벌이고 있느냐?”


그러면서 나무꾼이 도끼를 휘둘러 승려와 도사를 내리치려고 하자, 승려는 그만 징으로 변해버렸고 도사는 거북이의 등껍질로 변했습니다. 그들은 각각 징과 거북이의 등껍질에 정괴(精怪)가 붙어 탄생한 정령이자 요괴였던 것입니다. 인간도 아니면서 인간의 종교를 내세워 서로를 모욕하다가 도망쳤으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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