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보다 전국 체전이 더어려운 종목
by 돼지토끼 | 17.05.04 05:52 | 314 hit




양궁에서 이처럼 특이한 사례가 나온 건 ‘무한경쟁’이 가능한 탄탄한 저변이 있기 때문이었다. 선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잔인한 대표선발전을 오랜 기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저변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양궁처럼 모든 선수들이 똑 같은 상태에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대표선발전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못 하는 이유가 있다. 저변이 탄탄하지 않으면 특출한 소수의 스타에게 기댈 수밖에 없어서다.
예를 들어 수영의 박태환이나 피겨의 김연아는 한국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권 자체를 혼자서 책임졌다. 다른 한국 선수들과의 레벨 차가 매우 컸다. 그런데 이들을 무한경쟁 선발전에 포함시킨다? 저변과 두터운 선수층이 없다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과제다.

양궁에서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30여 년간 화수분처럼 나오는 진짜 비결은 ‘유망주 육성 시스템’이다. 대한양궁협회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초등학생 유망주들에게 무료로 활을 지급하고 수준 높은 지도자들을 학교팀에 배치해 기본부터 탄탄하게 가르치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대한양궁협회 장영술 전무는 “양궁은 ‘흙수저’도 없고 ‘사교육’도 없다. 올림픽 금메달 땄다고 대표팀에 한 자리를 무조건 보장해 주면 그게 ‘금수저’ 아닌가. 양궁은 그런 게 없다. 저 멀리 시골에서 훈련하는 고등학생도 ‘내가 활만 잘 쏘면 대표 선수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기량이 올라간다.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돈 크게 안 들이고 배워야 양궁 하겠다는 선수들이 늘어나지 않겠나. 따로 유명 코치 구하고, 거기에 줄 서는 사교육이 생기기 시작하면 파벌만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양궁협회 전임지도자 김삼회 코치는 “양궁은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경쟁이 치열하다. 1년 잘 하다가도 이듬해에 다른 선수에게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교생 천재로 불리며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이후 고전하는 경우도 있고, 박성현이나 기보배처럼 고등학교 때까지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성인이 된 이후 치고 올라오는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대형 이벤트 ‘정몽구배 양궁대회’가 처음 열렸다. 남자부 준결승에서 경기체고 1학년 김선우가 리우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을 슛오프 끝에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이듬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전국체전에서 노메달로 돌아서는 건 양궁에서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박채순 감독이 긴장한 구본찬에게 말한 ‘마법의 주문’은 이랬다. “너 전국체전 금메달 딸 자신 있어? 없지? 올림픽이 체전보다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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