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부부의 글
by 땡수 | 19.09.10 10:23 | 1,149 hit
스크랩원문:일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오늘 밤 내내 남편과 맥주 한잔 기울이며 상의한 결과, 저희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도움을 받았던 카페인지라, 일생사 회원님들께도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어요.





일본 생활 1년은 재밌고, 2년은 쉽고, 3년부터 허망과 공허의 시간이라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처음 사업차 이곳에 자리를 틀게 되었을 때에는 정말 모든 게 괜찮은 줄로만 알았죠.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정말 견디기 힘든 곳 같아요. 사람들 특유의 가면과 몰아가기가 특히나 저희 부부를 지치게 했어요. 결국 남편도 울면서 오늘 말하더군요. 여보, 우리 돌아가자. 여기는 젊음 낭비할 곳 아니다.





어차피 이웃나라이고, 저도 달마다 저희 집 가고, 섬이래도 넓고, 사람 사는 곳이니 괜찮을 줄 알고 왔어요. 저 그런데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서라도 이곳에서 있었던 일 적을래요.





여기는 이지메를 정말 x같이 해요. 사람 미치게 피 말려요! 피해자가 피해자가 아니에요.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 유별난 사람, 어딘가 삐딱하고 호의를 거절한 사람처럼 만들어요. 그래서 정말 미치겠어요.





일본 컬링 선수가 딸기 많이 받은 거 다들 보셨죠? 그거 이지메의 일환인 거, 저만 눈치챘나요? 일본에서는 유독 그런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저 라멘 집 가서 파 좀 더 달라고 했을 때, 산처럼 쌓아 주더라고요. 커리 먹으러 가서 마늘 좀 더 달랬더니 한 주먹을 줘요. 그런데 다들 너무 상냥하게 웃으면서 주는 거예요. 니가 이거 달랬잖아? 당신이 요구했잖아요?



여기서 거절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더라고요.... 하하.





부탁대로 해 준 건데 왜 화를 내지? xx 씨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컬링 선수가 받은 딸기도 그런 형식이죠. 그걸 누가 다 먹을 수 있겠어요? 개인에게 백 상자? 그런데 그걸 거절하면... 거절한 사람이 이상해져요. ㅎㅎ 이게 진짜 절 미치게 만들더군요. 왜 호의를 거절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준비했는데 이러기야?





초밥 와사비 테러 기억하세요...? 그것도 그런 거예요. 니가 와사비 많이 주래서, 너희 민족은 와사비 많이 먹으니까 많이 넣었는데 내가 실수한 거야? 나는 호의였어.... 글구 그 담부턴 와사비를 아예 안 주거나.. 완전 조금 넣거나. 이걸 또 문제 삼으면 "왜? 저번에 싫다고 하여 뺐는데 문제입니까?" 이런 ㅆx..





처음에 이곳 와서 사귄 현지분께 도움 많이 받았어요. 그분 집에 갔거든요?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니까 차를 계속 요구하더라고요. 더 마실래요? 잔이 비었는데 부족하지 않아요? 한 잔 더 대접해도 될까요? 엄청 깍듯해요. ㅋ



저는 또 바보같이 하이 하이 하면서 얻어마셨죠. 너무 먹다가 물릴 지경 될 때까지도 '그래도, 그래도' 하더라구요. ㅋㅋㅋ 집 돌아와서 카페 횐님들한테 댓글 받고 알았습니다. 집에 가라는 뜻인 거. ㅋ 그때부터 저는 점점 마음이 닫혔나 봐요.





남편은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난 뒤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일이 생기곤 했어요. 거기서 좀 성격 안 좋은 양반이 있었는데 그 양반도 똑같은 수법을 쓰더라고요. ^^ 제 남편이 술을 거절하고 물을 마신 날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러잖아요? 그런데 다음 술자리부터 ㅎㅎ xx은 냉차 주라고 했다네요. ㅋㅋㅋ 이게 멕이는 거 아님 뭔가 싶고.... 제 남편이 오늘은 술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아 정말? 괜찮은 거야? 괜찮은 거 맞아? 저번에 몸이 안 좋지 않았어? 걱정되는데 그냥 차 마셔도 돼!"



ㅆx.... 누가 술자리에서 혼자 물을 마셔요???????????? 미친xx!!!!!! 너무 욕 나왔어요. 제 남편은 저보다 일본어를 못해요. 서툴러요. 거기서 버벅대다가 하하하 웃기만 하고 왔대요. 속상해서 미쳐 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리구요. 저도 공동 사장이니 비즈니스적 업무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잖아요?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사업가로써 잘나가는 걸 극혐하는 것 같아요.





저를 사장이나... 업무 관리자로 보지를 않구요. 저한테 맨날 엄마 소리를 해요.





ㅇㅇ 씨는 어쨌거나 다정한 엄마겠다, 꼼꼼한 엄마, 상냥한 엄마.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라면 아무래도 힘든 일이 많지요? 하면서 절 계------속..... 하....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당하면 진짜 힘빠져요.... 날 뭘로 보는 거지 싶고.... 엄마 아니면 아내예요, 여기서는.





그런데 이 모든 공통점이... 다 웃으면서 일어나요.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니까 저만 미치겠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누가 대놓고 싫어하거나, 싫어해도 티를 안 냈는데.



싫어한단 소리 들으면 대화라도 시도해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대화를 시도하면 다들 눈 똥~~그랗게 뜨고 저한테 되물어요. "내가 무엇 기분 나쁘게 만들었어요?"





......... 여기서 '네' 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있나요? 이 질문에...? 그게 아니라고... 전 제가 실수한 줄 알았다고 하면.... 아니래요.





이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저희 부부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그렇네요. ㅎㅎ............. 솔직히 남편이 울 줄 몰랐거든요.... 저한테 말하지 않은, 남자들만의 이지메가 또 있는 거겠죠.





항상 제 반응을 떠보는 듯한 질문들도 이제는 너무 역겨워요. 내가 뭘 대답했을 때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앞에서는 그렇구나 해 놓고 뒤에서 저는 완전 부도덕한 이상한 인간이 된 적도 너무 많고요.





여기서는 의견 교환이나 토론? 정당한 대화가 안 돼요. ㅎㅎ 다들 공장이나 기계처럼 내 생각 버리고 남의 생각에 맞춰서 말하거나. 그럴 자신이 없으면 주제를 피하거나, 토스하거나. 그게 요령이에요. 참고하세요.





아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한수 배웠네요. 이런 식의 화법을 계속 써야 해요. 미치죠 사람... ㅋㅋㅋ......







이런 이유로 저희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잘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전 이제 일본이란 나라가 너무 싫어졌어요. 좋은 일도 많았구요. 좋은 사람, 좋은 것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박살내는 게 일본의 이면이네요. 아무리 좋아도 살 수는 없는 곳. 저에게는 그렇게 남았어요.



요즘 점점 혐한 기류가 심해지는데... 일본에 남으실 일생사 횐님들 모두 몸 조심 하시고 항상 행복,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술 취해 푸념한 글에 쓴소리 들으면 정말 무너질 것 같네요. 꾸벅.



다들 즐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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