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앤소울>

[데일리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디아블로3, 너 임자 만났다." 

'블레이드앤소울'의 기세가 무섭다. 인기 체감도는 사실상 1위다.

뜻밖이다. 올 여름 게임가는 일찌감치 개발비 1000억 대를 넘나드는 '디아블로3'의 독주가 예상됐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는 높은 지명도와 적지 않은 팬들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시장 1위를 넘봤다. 한동안 이 기세에 눌려 국산 게임들은 오픈 날짜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엔씨소프트가 맞대결을 선언하고 힘자랑을 하자 시장이 움찔했다. PC방이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신규 여성유저가 크게 늘어났다.

동서양 고전의 상징과 첨단 게임의 코드를 교묘하게 비교시킨 점이 주효했다.

한때 '슈퍼갑'으로 기세등등하던 블리자드도 이제는 폴샘즈 수석 부사장이 국내 PC방을 직접 찾을 만치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두 작품이 높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는 만큼 블레이드앤소울과 디아블로3간 선의의 경쟁은 온라인게임 시장의 전체 판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엔씨 최초의 동양 무협 판타지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은 선계의 신탁을 받은 무림고수들이 요괴와 마물, 사마외도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온라인게임. 엔씨가 동양 무협을 본격적인 소재로 사용한 경우는 블소가 사실상 처음이다.

무협지 독자라면 너무나 익숙한 '사부의 복수를 위해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이나 '마을의 절세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 같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지붕을 뛰어넘거나, 상대를 올라타서 제압하고, 물위를 걷는 등 상상 속 무림 고수의 행동은 유저들의 쾌감을 증폭시킨다.

영화 한 편 분량에 육박하는 60분 이상의 시네마틱 동영상의 긴장감도 상당히 높다.

게임 속 등장하는 800여 개 캐릭터의 모든 대사를 음성으로 더빙해 현실감을 살렸다.

이야기가 평이하고 전형적이라는 단점이 묻힌 건 이 덕분이다.

◈ 여성·동양·무협…중국 공략 통했다 

같은 온라인게임이라도 블소는 남성 게이머들의 전유물이던 리니지 시리즈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아이온과는 다르다.

이는 블소의 달라진 흥행 공식을 반영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최근 엔씨는 조작 난이도가 낮고, 원거리 공격 및 지원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홍보 전략을 채택했다.

게임에 익숙지 않은 여성 이용자들을 위한 장치다.

이 결과 블소의 3차 비공개 테스트에는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20.2%까지 올라갔다. 이전까지 테스트의 여성 이용자 비율은 10%대였다.

동양권 시장 공략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배경과 수준 높은 무술 액션에 공을 들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인 텐센트와도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실제로 블소는 중국 최대 게임 전문 사이트 17173(www.17173.com)의 중국 온라인게임 예정작 기대 순위에서 디아블로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 대만의 유력 게임 전문 사이트 바하무트(www.gamer.com.tw)의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점도 있다.

정통 한국형 무협이 아닌 퓨전의 색채가 진하다는 점, 서양식 옷처럼 몸의 선을 드러내거나 노출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여성성을 강조한 점 등 핵심 설정이 그동안의 서양 판타지를 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