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는 괴로워(2)
by rokaf513 | 14.03.19 10:47 | 785 hit

보고는 ‘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거’다. 주체는 상사가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 사적인 보고를 잘만 이용하면, 사무실 안에서도 휘파람 불 일이 생긴다.보고를 풍문으로 들었소
“우~ 풍문으로 들었소, 그대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그 말을.” 일의 진행 사항을 부하의 입이 아닌 ‘풍문’으로 전해 듣게 되는 순간, 상사의 머릿속엔 어떤 전류가 흐를까. ‘아무 얘기 없더니 언제 일을 저렇게까지 끌고 갔지?’ 부르지 않으면 말이 없고 대답도 없는 ‘너’라는 존재, 바로 같은 팀의 부하다. 사무실 공간 좁은 펜스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다른 일들로 바빠 죽겠지만 얼마전에 부하에게 시킨 일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 그 반대편엔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느라 보고는 뒷전으로 미뤄둔 사람이 있다.
‘보고’라는 단어를 두고서 꽤 상반된 입장이다. 양쪽의 변호를 자세히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부하의 변이다. “굳이 일일이 왜 보고를 받으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좀 내버려두면 안 돼요? 안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결국은 상사가 부하를 신뢰하지 않아서 자꾸 체크하는 거 아닐까요?” 먼저 격분하는 건 부하쪽이다. 그러나 상사쪽 변호인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일을 하나 맡기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걱정이 되는데, 도대체 먼저와서 이야기하는 걸 못 봤어요. 물어보면 그제야 열심히 하는 척을 하니, 불안하기 짝이 없죠. 일에 기한이라는 것도 있고, 결국 부하가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러니 마음은 안 놓이고 얼굴 보면 한숨만 나오는 거예요.” 양쪽 입장 차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상사는 묻기 전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 부하의 태도가 답답하다. 정작 물어보면 흐리멍텅하게 이야기하는 저 말투도 싫다. 부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잔소리’로 인식한다. 그렇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연 사무실에 평화는 찾아올까? 평화를 지키고 프로젝트를 구원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그 일 김 과장 말고 나에게 보고해”라는 상사의 말엔 몇 가지 뜻이 담겨 있을까. 일차원적으로는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일의 결과를 문서나 구두의 형태로 알려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단순히 여기에서 사고가 멈춘다면 살짝 문제가 있다. 상사의 문장 속에 담긴 의미는 꽤나 다차원적이다. 결과뿐 아니라 일이 진행되는 중간 과정을 보고해야 함은 물론이다. 혹은 그 과정에서 얻는 더 좋은 아이디어들, 반대로 안 좋은 상황에 부딪혀 ‘킬’시켜야 하는 아이디어들이 있으면 그때그때 어드바이스를 구해야 한다. ‘대충 이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나둘 함구하다 보면, 공룡 그림을 예상했던 팀장의 손엔 뼈다귀 그림의 결과물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고, 청중을 휘어잡는 화려한 PT의 기술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보고의 중요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숨어 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대다수의 ‘부하’들이 이 사실을 간과한다. 보고의 목적은 ‘완벽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업무를 위한 총체적인 과정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절대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결국 보고라는 것도 내 커리어를 완성시키기 위함이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옳다고 여기는 일의방향을 상사에게 설득하고 현장에서 얻은 반짝하는 아이디어들을 하나라도 더 꾹꾹 눌러 담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결과만 쓱 들이밀고 말 일이 아니다. 결국 내 일이고 내가 잘 되기 위함이다.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해 상사의 총애를 받는 건 그 다음 단계의 일이다. 그러니 보고를 이용해보자. 사적인 타이밍에 잘 이용하면 커리어의 질이 달라질 테니까. 일단, 보고에 대한 인식부터 새로 고침하고 가자.사적인 보고는 뭐가 다를까?
MEANING

발표의 기술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사적으로 보고 잘해서 커리어도 발전시키고, 인정도 받는 법.‘사적인’ 타이밍을 즐긴다
왜 상사에 대한 보고를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편견이다. 팀장과 부하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도처에 존재한다. 굳이 회의실, 사무실 팀장의 자리가 아니어도 된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가에, 혹은 퇴근길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팀장과 함께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TV 드라마나 인터넷 뉴스 이야기, 어제 본 영화 이야기만하며 허비할 건 아니다. 일주일 전에 받은 업무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미팅에 나갔다가 들은 업계 이야기 등 ‘캐주얼하게’ 요리할 수 있는 이야깃감은 의외로 다채롭다. 받아들이는 상사의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들을 이유는 없다. 사무실 공간을 벗어났으니, 조금 더 캐주얼한 공간에서 딱딱하지 않은 방식으로 충고나 조언을 곁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미리 묻기전에 업무 상황을 풀어놓으니 첫째로 안심이 된다. 본인이 도울 수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언 내에서 얼마든지 일의 방향을 체크할 수 있다. 깔끔한 언어와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첨부 파일로 차르륵 준비해야만 ‘보고를 할 수 있다’는 완벽주의는 버려라. 점심 시간 후에 들르게 된 커피 전문점에서부터 사적인 보고를 털어놓자.‘함께’ 일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은 늘 발생한다. 고민거리를 가지고 혼자만 속앓이하다 결국 본인이 생각하는 최선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이 업무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상사들을 찾아다니며 무엇이 최선일지 물어보고 최선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의 일에 전문성이 따라붙게 될까? 분명 거래처에서 이상한 조건을 추가로 덧붙였을지도 모르는데 부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을 때. 미팅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 텐데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입을 꾹 닫고 묵묵히 모니터만 보고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상사는 초조하다. 과연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저러다 큰 사고를 치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의 의문을 품지만 매번 부하에게 다가가 “그래, 일 잘 돼가?”라고 상냥하고 인자하게 물어볼 상사는 몇 없다. 본인이 처리해야 할 업무도 산더미인 데다 회의에 발표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로 입을 다무는 동안 오해는 급격히 쌓여만 간다. 그 오해의 성을 무너뜨릴 기사는 부하가 되는 편이 옳다. 그러기 위해선 작은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상사를 ‘나에게 일을 던져주고 지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면 어떤 마음가짐과 애티튜드를 가지고서도 제대로 된 보고를 하기 힘들다. 축구용어에 플레잉 코치라는 말이 있다. 선수 겸 코치를 말한다. 상사 역시 함께 일을 뛰고 있는 플레잉 코치로 생각하면 어떤가? 경기를 뛰면서 중간에 내게 다가와 새로운 전략과 전술, 어드바이스를 아낌없이 챙겨줄 필드 위의 유일한 ‘내 편’말이다. 당신은 경기를 홀로 뛰는 선수가 아니다. 내 편, 내 코치가 있는데 왜 혼자 끙끙 머리를 싸매고 있나.‘완벽한 지시’는 기대하지 않는다
상사에게 완벽한 지시와 꼼꼼한 명령을 기대하는 건, 부하의 오버액션이다. 보고에 미흡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어놓을 뻔한 변명은 이런 유의 것들이다. “전, 그렇게 지시 받은 적이 없는데요? 애초에 말씀하신 것과 달라서 하지 않은 것뿐이에요.” 완벽한 지시가 완벽한 보고를 부르진 않는다. 상사라고 해서 모든 업무에 밝은건 아니다. 하물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도 매번 현장의 상황과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 얼마든지 ‘잘 모르고’ 지시와 명령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상사의 말 한 마디, 디테일 하나까지 목숨 걸어가며 말한 대로 똑같이 일을 진행하겠다 계획을 세우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혹은 아무리 집중해서 듣는다 해도 사람에 따라 A를 B로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혹 자신이 이해한 방향이 불확실해도 묻지 않고 ‘추측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가서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며 일을 진행하나. 상사가 귀찮아하더라도 가서 묻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는 게 일을 위한 과정이다. 설마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고 부하에게 혼쭐을 내거나, 지시에 어긋나는 다른 아이디어나 기획을 들고 와서 열변을 토한다고 창피를 줄 상사는 없다. 있다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편이 낫다. 일일이 그런 반응들에 상처 받고 귀 기울일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함이지, 돈독한 정과 핑크빛 애사심이 넘쳐나는 곳이 아니라는 건, 익히 지내봐서 아는 사실 아닌가?보고를 망치는 말버릇
"제가 겪은 과정을 A부터 Z까지 설명해드릴게요. 그러니까 한번 들어보세요"
어두진미라는 말이 있듯이, 말도 머리부터 들어야 맛있다. 결론이 아닌 과정, 길고 지루한 정황만을 먼저 늘어놓으면, 누구라도 머리 위로 물음표가 뜬다. 생선을 조각조각 보여주고서 ‘무슨 생선일까요?’ 물어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퀴즈를 맞추자는 게 아니다. 원인과 결과, 그래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를 하자는 거다. 그러니 모든 과정과 판단의 이유를 맨 처음부터 늘어놓아선 안 된다. 구차해 보이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결론을 맨 앞에두고 말을 시작해야 한다. 두괄식 표현이어야 상대도 이해하기 쉽고 보고의 상황도 간결하게 끝이 난다. 길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 놓다보면 듣는 사람은 슬슬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지 말고, 처음부터 치고 들어가자. “팀장님이 알아보라고 말씀하셨던 홈페이지 제작건에서, 업체가 이상한 조건을 걸고 들어와요.”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결론을 밝힌 후에, 어찌된 사정인지는 그때 가서 밝힌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세세하게 설명을 곁들인다. 보고를 하는 목적은 “내가 얼마나 상대 업체로부터 힘들게 시달리고 있는지 표효하는 것”이 아니다. “트러블이 있으니 이 선에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 팀장님의 의견이 궁금한 것”이다.
“과장님, 이 난감한 상황을 어찌하오리까?”
“어찌할까, 어찌할까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수가 없다.” 공자의 말이다. 상황에 대한 아무런 판단 없이, 모든 결과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태도는 짜증을 유발한다. 부하 입장에선 덜컥 화를 내는 상사가 야속할 수 있다. 의사 결정권자에게 응당 판단을 물었을 뿐인데, 왜 저 팀장은 내 보고만 들으면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입장 바꿔보면 안다. 자신 또한 보고해야 할것들이 산더미인 와중에, 부하가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치자. ”이번 프레젠테이션 장소는 어느 곳으로 할까요? 점심 식사는요? 저녁에 회식도 하실 건가요? 회식 메뉴로는 한정식이 나을까요, 고기가 나을까요?” 스스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선택 사항만 나열하는 건 골치 아픈일이다. 게다가 알아서 해달라는 식의 모호함이 뚝뚝 흐르는 말버릇은 그 자체로 상대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보고’를 정말로 상황 정리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상사에게 미운 털을 사는 지름길이다. 몇 가지의 리스트 가운데 본인이 생각할 때 장점을 조금 더 가진 것과 아닌것을 분류해서 충분히 머릿속에 상황 정리를 끝내고 난 뒤에 찾아가자.
“전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두루뭉술하게 말끝을 흐리거나 한 가지 말에 10가지의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사실이 아닌 추측성 보고만 늘어 놓는다면, 상사의 표정은 안 봐도 뻔하다. 보고할 때마다 상사의 표정이 넋이 나간 듯 멍하다 버럭 짜증을 내기 일쑤라면, 그 반응을 거울 삼아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체크해봐야 한다. 마치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백치미는 미인대회에서나 통한다. 똑 부러진 발성에 ‘~다’로 끝나는 말투를 습관으로 들이는 게 좋다. 은근히 말투에 ‘~한데요, ~하거든요’식의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말투를 지닌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애매하고 아리송한 어투로 말을 건네는 건 적절한 보고가 아니다. 애교를 담은 말투는 남자친구 앞에서만 하자.
추천 3

댓글 9

익명 2014.03.21 16:37
보고 또 보고싶지않아하죠^^
익명 2014.03.20 11:42
잘보고갑니다 ^^
익명 2014.03.20 06:26
육하원칙에, 간단 명료하게 올라온 보고 아니면 읽지 않음.
죠슈 2014.03.19 19:38
보고서 정말 힘들더군요..
익명 2014.03.19 18:31
뭐하러 두개로 나눠서 올리시나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네요ㅋ
워니초보 2014.03.19 18:28
완벽한 지시를 바라는 부하직원도 있더란...
오래 못버티더군요...
서빠 2014.03.19 15:47
보고를 잘해야 유능하다고 인정받죠....
익명 2014.03.19 13:4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철명 2014.03.19 11:05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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