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는 괴로워(1)
by rokaf513 | 14.03.19 10:40 | 756 hit

TIMING 사적인 보고는 언제, 어떻게 할까?
사적인 보고를 디테일하게 오피스 일상에서 활용하려면, 이 정도 팁은 필수다.Moment 1 난 오늘도 핑계를 대고 있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A는 오늘도 입을 다문다. 성격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소하게나마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면, 그 이유를 상사 앞에서 세세하게 억울하다는 듯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그 알량한 자존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제가 그렇게 일을 처리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라는 말은 차마 입술 사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정도에서 정리하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한 지 3년차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IT 서비스 업계 쪽에서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을 하다보니, 개발자들과 의견 조율을 하는 과정이 잦은 일과 중 하나다. 그러던 중 개발자와 사사건건 의견이 대립해 한 번은 홧김에 “그래요, 엎어요. 그딴 식으로 하느니 엎는 게 낫지 않겠어요?”라고 욱해버렸다. 그 또라이 같던 개발자는 프로젝트 기한이 급한 상황이었는데도, 역시 화를 못 이기고 3일 동안 A의 모든 연락을 씹었다. 마감 기한보다 일찍 중간 보고를 원하는 팀장 앞에서 A는 개발자와의 트러블은 조용히 묻어두고 ‘내 탓이오, 내 불찰이오’만 반복하고 말았다.
Tip핑계처럼 들리지 않게 보고하기상사에게 자주 보고를 하면 좋은 일도 공유하게 되지만, 역시 나쁜 일도 함께 공유해야만 한다. 상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착착 진행되지 않는 것에 자책을 할 순 있지만, 100% 자신의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행여 질책을 당하거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갈까 무서워 변명을 자연스레 풀지 못한다면, 그렇게 쌓이는 억울함과 답답함은 큰 화병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다른 이들과의 트러블은 충분히 캐주얼한 상황에서 오픈해도 된다. 이를테면 밥을 먹으러 가서 숟가락을 놓고 물을 따르면서도 가능한 대화다. 자신의 행동이 지질했거나, 창피할수록 티타임이나 술자리에서, 이야길 꺼내도 좋다. “제가 요즘에 그 개발자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어요.” 그렇게 운을 띄우고 밥 먹는 내내 개발자의 이해할 수 없는 애티튜드와 행동을 언급하다 보면, 상사의 머릿속엔 일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부하 직원의 코드가 인식이 된다. 간단히 말해 ‘흘리기 전법’이다. 일의 어려운 부분을 살짝 흘려가며, 어려움과 고충, 그간의 노력의 흔적까지 두루 버무려 말하면 더 좋다.
Moment 2 생색의 순간

작년 가을의 일이다. 함께 일하는 부서의 팀장이 어느 날 B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내년도 상반기에는 홍보팀과 연계해서 우리 부서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나 했으면 좋겠어. 난 작년에 했던 그 행사들이 정말 별로였거든. B대리는 요즘에 가본 업계 이벤트 중에 어떤 게 제일 재미있었어?” 서치를 시킨 일도 아니었고, 보고서로 남겨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말했다. 마치 수다를 떨듯이 팀장은 내 말들에 재미있겠다며 호응을 해주었고, 그렇게 메신저 대화는 30여 분간 이어졌고 끝이 났다. 그런데 얼마후, 부서장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에서 팀장은 B가 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상반기 홍보 방향을 발표하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어떤 곳에서도 아이디어 제공자인 B의 이름은 없었다. 허탈하지만 괜히 열을낼 일도, 생색낼 일도 없을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Tip은근히 생색내면서 보고하기사실 조직에서 이런 일은 허다하다. 굳이 부하의 아이디어를 ‘빼앗았다’고 보는 것도 오버스러운 표현이다. 팀장은 최대한 캐주얼한 방법인 메신저로, B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팀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름 발전의 가능성이 있었던 B의 아이디어를 택했을 뿐이다. 그러니 억울해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짧게나마 생색을 내고 지나가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팀장 말고 바로 위의 직속 상사에게 어필하는 길이 있다. 물론 생뚱맞은 타이밍에 불쑥, “제가 그 아이디어 낸 거잖아요” 할 필요는 없다. 마치 잊고 지내다가 방금 생각이 난 듯 ‘우연해 보이는’ 타이밍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세부 사항에 대한 회의가 잡혔다면 그 자리가 은근한 어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 자리에 팀장이 빠져 있으면 사실 생색내기 더 편하다. “제가 처음에 이 주제를 팀장님께 말씀드렸을 땐 이런 의도였어요~.” 직설적으로 치고 빠지는 건 촌스러운 하수들에게나 어울리는 방법이다.
Moment 3 에피소드를 차지게 엮어 보아요

C는 오늘도 거래처 직원들과 5시간 회의를 했다. 코워크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팀이 꾸려지긴 했는데, 회의하는 스타일이 영 다르다. C의 부서는 짧게, 자주 회의를 하는 반면 거래처에서는 한 번에 서너 시간은 기본이다. 부서에 돌아와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하루가 다 간다. 진이 하도 빠져서 자리에 돌아온 후로 한 시간 정도는 모니터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조금씩 정신을 차려 가며 그날 회의한 내용을 정리하고, 그때마다 일의 방향을 새로 고쳐 나간다. 그렇게 약간의 멍을 때리며 앉아 있는데 팀장이 갑자기 C를 부른다. 5시간 회의의 결과를 갑자기 묻는데, C는 머릿속 전원이 나간 듯 하얗게 변해버렸다. 마라톤 회의 시간 동안 오간 그 수많은 이야기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어… 그게 말이에요. 그러니까….” 오간 이야기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몇 마디를 논리도 없이 공중에 흩뿌렸다. 한참을 말하고 있는데 팀장이 갑자기 코트를 입는다. “한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럼 나 밥 좀 먹고 오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C는 멍만 때리는 자신이 너무나 싫다.
Tip보고도 맞춤으로 하기맞춤복만 멋스러운 게 아니다. 맞춤 보고도, 꽤 말발이 서고 효력이 있는 보고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서 맞춤이란, 상사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와 주제들로 상황을 재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5시간 마라톤 회의 동안에 나올 수 있는 주제는 10가지도 넘는다. 그렇다고 시간 순서대로, 1번부터 10번까지 차례대로 읊다보면 싸늘하게 변하는 팀장의 눈초리에 사무실이 영화 [겨울왕국] 속 아렌델처럼 느껴진다. 그 얼음을 녹이는 방법으로 ‘에피소드’식의 상황 구성이 필요하다. 상사가 좋아하는 맞춤 이야기들로 구성하는 것. 딱 이 시간, 이 시점에 팀장이 가장 궁금해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떠올려본다. 프로젝트의 큰 방향이 궁금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윗선에 재정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회의가 근래에 잡혀 있다면 프로젝트 진행에 드는 비용 산정이 가장 궁금할지도 모를 일이다. 상사가 지루해하지 않고 관심 있게 들을 만한 결과들로 에피소드를 엮어내면, 보고의 퀄리티 및 호응은 이전과 달라진다. 상사가 목말라 하는 단 한 가지를 채워주는 것이 보고다.
Moment 4 보고, 이제 막 하려고 했는데…

D는 1년 동안 온라인 신문 매체에서 인턴으로 일을 한 적이 있다. 다른 직업도 물론 보고를 생활화하는 편이지만, 신문기자의 일은 보고가 밥 챙겨 먹는 일보다 중요했다. 현장에 도착하면 노트북을 켜고 회사 메신저에 로그인을 해 ‘OO에 도착했습니다’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뿐이랴. 현장에서 접하게 된 소식을 곧바로 정리해 사무실에 있는 상사들에게 문서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현장이라는 곳들이, 와이파이가 잘 잡히는 건물 내부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야외에서 긴박하게 보고해야 할 경우엔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을 찾기 위해 노트북을 안고 뛰어다녀야 했다. 그렇게 몇 번, 한 시간 정도 상사들을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상사들 사이에선 “밖에 나가서 땡땡이치는 인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억울했다. 현장에 나가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다.
Tip보고의 타이밍 제대로 잡기상사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무조건 많이, 다양하게, 자주 보고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다. 요건만 간단히, 짤막하게 듣는 걸 선호하는 상사도 있다. 때론, 날을 잡고 차를 마시면서 길게 듣고 싶어하는 상사도 있다. 혹은 메신저로 매일매일 체크해야 안심이 되는 상사도 있을 수 있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으려면, 보고를 받는 상사의 스타일을 먼저 알고 있어야 보고도 쉽게 풀린다. 선호하는 보고의 스타일을 알았다면 꾸준하게 그 방법을 만족시키는 것이 신뢰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 만약 상사가 원하는 적정 타이밍에 보고를 못하게 될 상황이라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그래서 대략 언제쯤 보고가 가능할지 묻기전에 말을 해두는 편이 좋다.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 고생이라면, 솔직하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대략 몇 분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보고를 할 건지 ‘보고에 대한 보고’를 해두면 상사의 신뢰를 산다.
Moment 5 자꾸만 주눅이 들어요

E도 상사에게 자주, 사사건건 일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싶다. 마음은 정말 굴뚝같다. 문제는 E의 소심하고 작은 성격 탓도 있지만, 변덕스러운데다 걸핏하면 밥 먹듯이 욱하는 팀장의 성격 때문에 그렇다. ‘나는 왜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라는 노래의 가사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일이 맞아떨어져 간다는 이야기를 보고하는 것도 힘든데, 돌발 상황이 터져 ‘익스큐즈’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말을 못하겠다. 그렇게 몇 번 중간 상황을 묵혔다가 다른 루트로 일의 진행과정이 팀장 귀에 들어간 적이 있다. 노발대발, 그날도 벌벌 떨며 ‘죄송합니다’만 반복했다. 그 후엔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팀장의 발소리만 들어도, 허리에 힘이 꼿꼿하게 세워진다. 책상 위엔 오늘도 팀장에게 보고해야 할 문서들이 산더미지만 들고 갈 자신이 없어 하루이틀 미루기만 한다.
Tip상사 접근성 높이기접근성은 일종의 마음에 쌓인 벽과 같다. 그 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사는 접근성이 높은 사람이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쉽고 상의하고 의논하는 것이 언제든 가능하다. 그러니 중간과정에 대하 의논도, 보고도 그리 어려울 부분이 없다. 자주 밥을 먹고, 언제든 말을 건네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시키지 않은 그 외의 다른 일도 물어볼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쪼르르 달려가 속내를 터놓기 좋다. 문제는 접근성이 높은 상사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사들에겐 그 벽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 접근하기 힘들다. 성격이 괴팍한 사람도 있고, 감정 기복이 시간차로 포물선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평소엔 좋다가도 예민한 기간엔 짜증과 분노가 폭발하는 사람도 있고, 솔직한 게 도를 넘어서 부하들의 사생활까지 마구 밀고 들어와 침범하는 걸 즐기는 변태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접근성 낮은 상사들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한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상사가 가져야 할 덕목중에 ‘부하로부터의 접근성’을 꼽는다. “적극적으로 왜 보고를 안 하냔 말이다!”소리를 지르는 상사가 아니라, 평소에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상사의 ‘접근성’에 따라 그가 받는 보고의 질이 달라진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부하 입장에서, 접근성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성격이라 단정 지으면 보고의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팀원으로서 상사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타이밍을 골똘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나은 방법이다. 성격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해도, 하루 중에 한두 시간은 기분이 괜찮아져 귀가 쫑긋 열리는 시간대가 있을 것이다. 성격 안 맞는다고 상사를 멀리하다 보면, 보고는 줄고 일의 완성도는 바닥을 친다.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다.
추천 5

댓글 9

익명 2014.03.21 16:36
나에게그런 핑계대지마 입장바꿔 생각을 하지마~ㅎㅎ
익명 2014.03.20 11:42
잘 보고 갑니다 ^^
익명 2014.03.20 06:28
사적인 보고는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듣지도 않음.
죠슈 2014.03.19 19:39
잘 보고 갑니다.
워니초보 2014.03.19 18:27
보고는 최대한 늦게...
서빠 2014.03.19 15:47
보고는 타이밍....
익명 2014.03.19 13:3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철명 2014.03.19 11:05
잘 보았어요...
벽하거사 2014.03.19 10:43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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