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던 직장 후배가 했던 가장 슬픈 말.
by 돼지토끼 | 21.07.02 10:16 | 699 hit


팀장님은 제가 죽을 것 같아요??


팀장 시절에 팀원 중 A씨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한 후
(오래전에 쓴 글을 어느 분이 퍼오셨드라고요.ㅎ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37100 )
휴직을 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 때 있잖습니까? 
평소에 괜찮다가 병원에서 어디가 아프다라는 말을 듣고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진짜로 더 아파지는...


치료 초기의 A씨가 딱 그렇더군요.
거의 매일 통화하고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치료를 시작하고부터 더욱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


A씨가 전화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면서
'그래. 그렇다. 잘하고 있다.'
하고 전화를 끊고나면 저까지 우울해지는..ㅎㅎㅎ


그러던 어느날 밤, 전화기에 A씨의 번호가 딱 뜨는데
그냥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전화를 받자마자 A씨가 하는 말


"팀장님은 제가 죽을 것 같아요??"


와~ 진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내가 만약에 가게되면 팀장님한테는 꼭 먼저 말하고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하더군요. 순간.. 
아~ 이 사람 많이 힘들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면 나한테 말려달라는 거구나...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제가


"그래요. 혹시 그런 생각이 들면 제일 먼저 나한테 전화를 해요. 그리고 내가 갈 때까지만 기다려줘요."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뭐라고 했냐면...ㅋ


"치킨 먹을래요? 치킨"


ㅍㅎㅎㅎㅎㅎㅎ


치킨 두 마리(어떤 상황에서도 1인 1닭이 원칙이니까)하고 맥주 두 캔 사가지고
A씨 집에 가서 밤새 치킨 뜯어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죠.
말이 으찌나 많은지 귀에서 피나는 줄..ㅎㅎㅎㅎ
남자 둘이서 밤새 맥주 한 캔씩이 말이 됩니까. 
하도 말을 많이해서 맥주 마실 틈도 없더구만요.ㅋ


그래도 시간이 흐를 수 록 A씨의 말투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더라구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해가 뜰 때쯤 밍밍해진 맥주 한 모금씩을 마시고
저는 출근, A씨는 운동...


회사에 일찌감치 출근을 하는데, 참 이게 또 운명인지...
회사 2층 피부과에서 근무하는 간호가 A씨는 겁나 좋아했거든요. (역시 잘 생긴게 짱임)
그날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간호사분을 만난겁니다.
둘이서 야금야금 연락을 주고 받는 듯하더니 갑자기 A씨가 연락이 안되서 걱정하더라구요.
우울증이라고 하지는 않고, 그냥 좀 아파서 쉬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분의 눈빛이 제가 힘들 때 저를 바라보는 제 아내의 눈빛이더라구요.


그래서 A씨에게 아침에 간호사를 만났는데, 이러이러하더라까지만 전해습니다.
둘이 잘되면 좋은지만 혹시라도 틀어지면 A씨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도 같아 내심 걱정도 했습니다...
 
만... 둘이 잘 되드만요. 역시 잘 ㅅ...ㅡ,.ㅡ;


그리고 3개월 뒤에 A씨는 밝은 모습으로 복귀했고,
지속적인 치료와 여친의 지극정성으로 
3년 째에 접어든 지금은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일도 잘하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터 드립도 막 날리고...
점심때면 여친이랑 밥먹는다고 헤헤 거리면서 내려가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좋은 날이 계속되는 듯했는데...


이틀 뒤에 결혼합니다. 결혼해요...ㅋ


결혼선물로 TV를 직구로 사줬는데, 어제 도착했다면서
오늘 아침에 예비신부가 직접 인사하러 올라왔거든요.^^


둘이 나란히 서서 고맙다고 하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혼났네요.


시국이 시국인 관계로 가족들끼리만 조촐하게 식을 올린다고 해서
갈비탕 먹으러 못가지만...


부디 행복하길 빌며...




여러분! 역시 잘생긴게 짱입니다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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