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디아블로3 열풍은 억눌렸던 욕구의 분출"
by 탱구♡ | 12.07.02 09:53 | 2,071 hit


[Interview] 한양대 남영 교수

[데일리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디아블로3' 바람이 아직도 뜨겁다.

50% 가까운 PC방 점유율도 놀랍지만 파급 효과의 체감지수는 더 강렬하다.

디아블로3 행사장에서 새치기를 하지 말라며 흉기사진을 올린 일명 '칼빵남'이라는 황당한 사건도 놀랍고, 한정판을 사기위해 5000여 명의 게임 팬이 빗속에서 밤을 새운 것도 신기하다.

디아블로3 열풍을 이해시키기 위해 남자가 여친에게 했다는 말, "샤넬이 12년 동안 핸드백을 만들지 않다가 갑자기 신제품을 내놓은 거야"도 화제다.

30~40대 직장인들의 퇴근길 동선은 당구장과 호프집에서 PC방으로 옮겨졌다.

집단소송, 게임 전반에 걸친 패러디, 주변 시장의 파급 효과,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확산된 팬덤 등 디아블로3 현상은 게임 한 편이 가져올 수 있는 최대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대중문화계의 흥미진진한 현장 보고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 현상의 본질적 가치는 관심도 없고, 그걸 분석할 능력도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만 주목할 뿐 그 바탕은 애써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한양대 남영 교수(40·교양교육원)는 그런 점에서 학계의 무서운 신예다.

'한국 게임산업의 형성'과 같은 논문을 발표하며 기술사적 관점에서 게임에 주목하고, 인문학의 시선으로 기술과 시장을 바라보는 학문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캠퍼스에서 만난 그에게 '디아블로3 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이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보수화 된 탓"이라며 "게임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기만 한 결과 "라고 지적했다.

- 디아블로3 이슈가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우리 사회는 특정 이슈에 대해 한 방향으로 반응하는 성향이 많다.

디아블로3 이슈의 저변은 소수의 문화권력에 의한 안티 게임(anti-game)이다.

'뭐 그 까짓 게임 가지고…', '그냥 이상한 사람들 아니야?'라는 사회의 불안한 시각이다.

정확히 말해 주류문화의 하위에 머물던 B급 문화가 여과 없이 전면으로 부상하자 우리 사회가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화 성향이 그만큼 짙어져 작은 징후에도 큰 몸짓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차이와 개성을 다 침묵시킨 탓이다.

실제 디아블로3는 이슈만큼이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시키고 있다.

- 과거 스타크래프트 신드롬과 비교해 본다면. 

▲ 지금 디아블로3 신드롬은 10년 전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보면 과한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10년 전 스타크래프트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시선이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당시에도 게임업계는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 전문 인력 부족, 엄격한 국내 심의규정 등으로 보수적 관점이 많았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제도권 안으로 안착했다.

- 그렇다면 디아블로3 열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 '사람들이 모인다'는 현상보다는 왜 모이려고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게임을 즐기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채 지내왔던 욕구가 디아블로3와 함께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아블로3는 18세 이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후 지금까지 게임의 표적은 무조건 10~20대였다.

스타크래프트가 본격적으로 꽃필 때의 수혜층은 점점 나이를 먹어갔지만 기술은 관성적으로 당시의 10~2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구매 능력까지 갖춘 30~40대의 수요를 포착,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기획해 내놓았고 이들이 적극 호응했다고 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리니지를 직접 만들고 즐긴 세대로서 사회 문화적 유행에서 잊혀진 추억이나 가슴 속에 묻어뒀던 동심을 찾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디아블로3가 국내 게임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 디아블로3는 패키지 게임이다.

줄거리상 엔딩이 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주류인 유원지형과는 다르다.

온라인게임은 놀이동산을 만들어놓고 '너희들끼리 마음대로 놀아라'라고 하는 것이다.

개발사는 최대한 스토리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디아블로3는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따른다.

즉 폐쇄적인 특정 공간에서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 게임 스타일에 온라인게임에서 소외됐던 30~40대 남성들이 절대적인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 게임사적으로 볼 때 지금 30~40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 최근 디아블로3의 인기는 국내 게임의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이들의 엄청난 영향력을 증명했다.

지금 30~40대는 게임과 함께 자란 '게임키드'다.

인베이더, 갤러그 등 오락실 게임을 경험했다.

애플과 MSX를 만지고 큰 최초 세대다.

또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로 20대를 보냈다.

그들은 이렇게 살아왔고, 지금 딱 그 만큼 여기 와 있다.

30~40대를 주 대상으로 한 게임이 등장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게임은 지금의 10대나 40대 모두 다 향유했던 문화다.

게임을 하느냐 안하느냐로 세대를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게임은 더 이상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 디아블로3 이후를 전망한다면. 

▲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는 여전히 소수의 문화권력에 의해 좌우되지만 그 평가는 광범위한 대중이 한다는 점에서 게임은 이 사회의 허리인 30~40대가 당당하게 드러내고 즐기는 문화가 됐다.

이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변화의 결과다.

여러 행위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지만 시장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30~40대 성인들을 주 대상으로 한 게임도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개발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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