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마이어의 문명5(이하 문명5)는 실제 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문명을 이룩해가는 게임입니다. 지난해 말 발매돼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게임 내 간디의 대사를 필두로 '간디와 옥수수' '타임머신' '유혈사태' 등의 수식어와 함께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간디는 문명5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사랑받게 됩니다.>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불리우던 문명 신드롬은 각종 사이트에서 다양한 패러디물로 승화됩니다. 결과적으로 다소 마니악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던 문명5를 널리 알려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판매량을 올리는 계기가 됐으며 이러한 성과는 대한민국 문명의 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대한민국 문명은 문명5 공식홈페이지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는데요. 5인의 후보 중에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위인은 다름아닌 '세종대왕'님 입니다.


<이슈가 판매를 촉진시켜 현지화 + 현지 문명이 나오게 된 특이한 케이스>



세종대왕님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랑하고 있는 위인입니다. 지금 리뷰를 쓰고 한글 역시 세종대왕님이 제창한 글이지요. 농업과 과학을 중시하여 즉위와 함께 집현전이라는 연구기관을 확대해 국민들을 위한 서적을 편찬했고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인들이 많은 조선의 왕 중에 유독 세종에게만 '대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그 분의 업적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걸 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삼시세끼 고기반찬이 올라오지 않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으셨다는 것과 '신하가 고달퍼야 백성이 평안하다'는 슬로건아래 지독하리만큼 신하들을 부려먹었다는 설화도 내려오고 있으니 약간(?)은 특이한 분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나는 백성들을 굽어 살피는 깨우친 임금, 세종이오.>


세종대왕 문명은 과학에 특화된 능력을 보여줍니다. 문명5에서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위인이라 불리우는 전문가들이 생산되게 됩니다. 조선문명의 경우 그 전문가로 만든 시설에 과학 보너스가 붙어서 과학 발전이 빨라지게 되죠. 게다가 과학관련 건물이나 불가사의를 건설할 때도 과학력이 증가되기 때문에 과학승리를 노리기 좋은 문명입니다. 생전에 집현전을 중심으로 과학을 중시하던 통치이념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문명에는 거북선, 화차(신기전) 두 개의 유닛이 추가되었습니다. 거북선은 깊은 바다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고 화차는 건물에는 약하지만 지상군에게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두 유닛 모두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지리조건상 많은 침략을 당해왔지만 끝내는 영토를 지켜냈던 조선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큰 전력이 되는 화차와 거북선>


새로 추가된 시나리오는 일종의 미션 모드로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플레이어는 조선, 일본, 중국, 만주 4개의 민족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각자 정해진 미션을 성공해야 하는데요. 조선과 중국을 플레이할 경우 일본의 침략에 맞서 조선영토를 지켜내고 빼앗긴 지역을 되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반대로 일본과 만주는 조선과 중국의 수도를 정복하면 승리하게 됩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짧은 편이지만 4가지 종족을 두루 선택할 수 있고 난이도, 취향별로 공략법도 다양해서 몇 번씩 반복 플레이해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부산을 통해 수많은 왜군이 침략해오면서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한국인으로서 조선 문명을 처음 본 느낌은 '많이 조사하고 만들었구나' 였습니다. 집현전, 거북선 등을 통해 조선이라는 국가를 잘 살리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님이 입고 있는 어의, 지명, 어투 등 많은 부분들이 우리가 알고 있던 세종대왕님과 조선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 영토의 동쪽 바다를 동해(East-Sea)로 표기하고 있어 최근 일본해 논란으로 거북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고증을 철저히 했구나... 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교한 세종대왕님의 얼굴>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임진왜란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당시 조선이 보유한 영토보다 작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중이던 1592년의 조선은 현재 남북한을 합친 정도의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에서는 평양을 기존으로 북쪽이 잘려나간 부분만 조선의 영토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주인없는 땅으로 묘사되고 있긴 하지만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으로 역사가 왜곡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현상황에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 세종대왕님 목소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첫 대면시 나오는 '조선에↗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라는 대사는 특이한 억양과 김빠지는 듯한 목소리로 어색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잘 표현했던 다른 요소들과 비교되면서 어색함을 더하는 느낌입니다.



<왠지 허전한 한국의 영토>


결론적으로 조선문명과 한국 시나리오팩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감안해도 문명5를 즐겨했었던 한국인이라면 꼭 구입하고 즐겨보라 권할만큼 재미있는 타이틀입니다. 한 번 시작하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에 올라타게 된다는 문명5, 올여름은 어진임금 세종과 함께 세계를 제패해보는 것을 어떨까요?


<현재 세종대왕님의 목소리는 유머사이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패러디되고 있는 중입니다.>

 

[배향훈 기자 [email protected]] [game.chosun.com]